한국에서 전문 대학교 중국어 과를 졸업한 후 18년 1월 초 본과 편입 전 준비 과정으로 북경 수도경무대에서
방학 연수를 들으면서 난생 처음 해보는 해외 생활이 시작되었다.
중국 어학연수 전에는 연수를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의 차이가 크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연수를 안 듣고 본과로 바로 들어왔다면 적응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중국에 와서 처음 중국인이 하는 말을 듣고 중국인이랑 대화를 해봤을 때 확실히 hsk와 중국어 실력이 비례하지 않다는 것
을 느꼈다.
5급이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커녕 식당에서 내가 먹고싶은 밥도 제대로 시켜먹지 못한 적도 있었고 간단한
질문에도 답이 생각나지 않아 대답을 못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됐고 적응이 되고나니 알지만 못 뱉었던 말들, 알지만 못 알아 들었던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졌고 그러면서 친구도 사귀고 중국에 상당히 적응을 하게 되었다.
만약 본과로 시작했다면 쓰거나 듣는 능력, 시험 성적 같은 부분에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전반적인 생활에 적응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연수도 물론 매일 수업이 있고 과제도 해야 하지만, 대부분 수업은 오전에 끝나고 성적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서
시험이나 출결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또한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다른 점은 본과는, 특히 편입생들은 중국어와 관련된 학과 출신들이 절대 다수이지만 방학 연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연수를 받는 동안 가깝게 지냈던 한 명은 병음조차 읽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국에서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온 사람이었고,
그 외에도 대다수 연수생들은 중국어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행을 다니고, 중국 생활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있을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어서 연수생들에게 있어서 다음주가 마지막 시험이라면 시험보다 시험이 끝나면
연수도 끝나고 한국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더 조급하게 느껴지는 것 처럼 보였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해보고 다른 곳을 나가고 중국어를 한 마디라도 더 해보려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나 역시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
본과 한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같이 이전에 연수 경험이 없이 처음 중국에 온 주변 사람들을 보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것은 잘 할지 몰라도 아직까지도 천안문이 여기서 어느 방향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연수 경험이 없으니 처음엔 과제를 알아듣는 것 부터 힘든 일이고, 장학금과 학위가 걸려있으니 책으로 하는 공부도
소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적응하기 보다는 조급한 마음이 더 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본과 생활이 중국 유학 생활 적응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수 년을 살기 위해 생활 용품도 다 구비해야 하는 중에 여러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중국 학생들도 다들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중국인 학생과 접촉하기가 쉽다.
또한 시험에 대한 압박이 있기 때문에 회화를 제외한 중국어 실력은 정말 많이 성장한다. 게다가 내가 지금 다니는
제2외대는 오도구와는 다르게 한국인 유학생 끼리를 제외하면 주변에서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말도 늘게 된다. 하지만 이왕 유학을 왔으니까 조금라도 더 빨리 적응을 하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 처음이라면 연수를 거쳐서 본과로 편입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북경 제2외대는 여러가지로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에 있다. 학교 식당 밥도 맛있는 편이고 학교 자체도 깔끔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좋은 건 기숙사다. 넓고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장학금을 굉장히 많이 준다. 유흥가와 떨어져 있는 것은 장점이면서 어찌보면 단점이기도 한데 공부를 하는데는
유흥가가 도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다 떠나서 중국유학 생활을 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인 것 같다.
한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 들어볼 수 있는 모든 학교에 다 있고 한국인이랑만 소통하며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다면
한국어만 쓰면서도 살아는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 더 편하게 의지를 잡기 위해서는 빠른 적응이 도움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도시를,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